소닉인 줄 알았던 로켓 기사를 30년 만에 클리어한 이야기-스파크스터(SFC)

그냥 빠른 게임이었다

어릴 때 게임의 제목 같은 건 안 봤다. 카트리지를 꽂고 전원을 켜면 나오는 화면이 전부였고, 그 화면 속 캐릭터가 뭘 하느냐가 중요했다. 스파크스터가 그랬다. 타이틀 화면에 뭐라고 쓰여 있는지는 관심 없었다. 내가 아는 건 하나였다. 이 게임에는 칼을 든 동물이 나오고, 그 동물이 엄청나게 빠르게 달린다는 것.

1994년에 코나미가 슈퍼패미컴으로 만든 이 게임의 주인공 스파크스터는 주머니쥐 기사였다. 등에 로켓을 메고 있어서 차지 후 돌진하면 화면을 가로지르며 날아갔다. 칼을 앞으로 내밀고 직선으로 쏘아지는 그 모션은 어린 나한테 소닉과 같은 느낌이었다. 빠르고, 시원하고,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. 그 속도감 하나로 이 게임이 좋았다.

형도 이 게임을 했고, 나도 형 다음에 했다. 형이 어디까지 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. 내가 기억하는 건 내가 멈춘 곳이다.

중간에 갑자기 슈팅 게임이 됐다

스파크스터는 기본적으로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다. 달리고, 점프하고, 칼 휘두르고, 로켓으로 돌진하고. 그런데 어느 스테이지에서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. 스파크스터가 로봇 같은 걸 타더니,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되면서 적들이 쏟아져 내려왔다. 종스크롤 슈팅 게임이 된 거다. 액션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슈팅 게임으로 전환되는 그 순간의 당혹감과 신선함. 어린 마음에 “이런 것도 되는 거야?” 하는 놀라움이 있었다.

지금 생각하면 그게 이 게임의 매력이었다. 한 가지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, 스테이지마다 다른 경험을 줬다. 로봇 타조를 타고 달리는 스테이지도 있었고, 보스전마다 패턴이 확 달라졌다. 슈퍼패미컴 시절 코나미가 얼마나 게임을 잘 만들었는지, 어른이 되어서야 제대로 느끼게 된 부분이다.

하지만 어릴 때는 그냥 어려웠다. 빠르게 움직이는 건 재밌었는데, 뒤로 갈수록 적이 많아지고 보스가 복잡해지면서 결국 클리어하지 못했다. 컨티뉴를 다 쓰고,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엔 앞의 스테이지도 만만치 않았고. 그렇게 이 게임도 어린 시절의 미완성 목록에 들어갔다.

이름도 몰랐던 게임의 정체

나이를 먹고, 인터넷을 하게 되고, 게임에 대해 검색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이 게임의 정체를 알았다. ‘스파크스터’라는 이 슈퍼패미컴 게임은 1993년 메가드라이브로 나온 ‘로켓 나이트 어드벤처스’의 후속 시리즈였다. 메가드라이브에는 1편이 있었고, 1994년에 메가드라이브로 정식 2편인 ‘스파크스터: 로켓나이트 어드벤처스 2’가 나왔다. 그리고 같은 해에 슈퍼패미컴으로도 ‘스파크스터’가 나왔는데, 이건 메가드라이브 2편과 이름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다. 외전 격으로 분류되는 작품.

어릴 때는 이런 맥락을 전혀 몰랐다. 그냥 “빠른 게임”이었을 뿐이다. 제목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시리즈라는 것도 몰랐고, 메가드라이브 원작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. 이 게임이 코나미의 혼트라(콘트라) 시리즈 개발진이 만들었다는 것도, IGN 선정 슈퍼패미컴 명작 87위에 올랐다는 것도, 전부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사실들이다.

어릴 때 게임을 할 때와 어른이 되어 게임을 할 때의 가장 큰 차이가 이거다. 어릴 때는 눈앞의 화면이 전부고, 어른이 되면 그 화면 뒤의 맥락이 보인다. 이 게임이 왜 만들어졌는지, 어떤 시리즈의 어디에 위치하는지, 누가 만들었는지. 그 맥락을 알고 다시 하면 같은 게임이 다르게 느껴진다.

어른이 되어 로켓을 다시 점화하다

스파크스터를 다시 하기로 마음먹은 건, 2024년에 코나미가 ‘Rocket Knight Adventures: Re-Sparked’라는 컬렉션을 출시한 걸 알게 되면서였다. 메가드라이브 1편, 메가드라이브 2편, 그리고 내가 어릴 때 했던 슈퍼패미컴판 스파크스터. 세 작품이 하나의 패키지로 닌텐도 스위치, PS4/PS5, 스팀에 나왔다.

어릴 때 정체도 모르고 했던 게임이 이렇게 정식 컬렉션으로 묶여서 나오니까 기분이 묘했다. 그때는 카트리지 하나에 이름 모를 게임이었는데, 이제는 “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”으로서 자기 자리를 갖고 있었다.

슈퍼패미컴판부터 다시 시작했다. 로켓 돌진의 감각은 여전했다. 차지하고, 방향을 잡고, 쏘아지는 그 느낌. 어릴 때는 그냥 앞으로만 쐈는데, 어른이 되니 대각선 돌진으로 적을 피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루트가 보였다. 속도감은 여전한데 플레이가 달라진 거다.

슈팅 스테이지도 다시 만났다. 어릴 때 당황했던 그 구간. 이번에는 당황 없이 적 패턴을 읽으면서 탄을 피했다. 어릴 때는 “갑자기 왜 슈팅이야” 했는데, 지금 보니까 이 변화가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설계였다는 걸 알겠더라.

끝까지 클리어했다. 노멀 난이도에서도 후반부는 상당히 어려웠지만, Re-Sparked 컬렉션에 되감기 기능이 있어서 어려운 구간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. 그리고 메가드라이브 1편도 처음으로 플레이해 봤다. 원작을 하고 나서 슈퍼패미컴판을 다시 보니, 같은 캐릭터인데 움직임이 미묘하게 다르고, 스테이지 설계 철학도 달랐다. 원작은 좀 더 클래식한 액션 게임에 가깝고, 슈퍼패미컴판은 좀 더 자유롭고 화려한 느낌. 외전이라는 분류가 납득이 갔다.

제목을 읽게 된 나이

어릴 때는 제목을 안 봤다. 카트리지를 꽂으면 그냥 시작이었다. 거기에 어떤 이름이 쓰여 있는지, 어떤 회사가 만들었는지, 이게 시리즈의 몇 번째인지, 그런 건 관심 밖이었다. 그냥 화면 속에서 칼을 들고 날아가는 게 멋있으면 그만이었다.

어른이 되면 제목을 읽는다. 읽고 나면 검색한다. 검색하면 맥락이 보인다. 그 맥락 속에서 어릴 때의 기억이 새로운 자리를 찾는다. “아, 내가 했던 그 게임이 이런 게임이었구나.” 이 감각이 레트로 게임을 다시 하는 이유 중 하나다.

스파크스터는 어릴 때의 나한테 “빠른 게임”이었고, 어른이 된 나한테는 “코나미가 전성기에 만든, 시리즈의 외전이자 슈퍼패미컴 유일작”이 됐다. 같은 게임인데 이름이 달라졌다. 그건 게임이 변한 게 아니라 내가 변한 거겠지.

형한테 이 게임 이야기를 하면 아마 “그게 뭐였더라” 할 것 같다. 나도 이름을 몰랐으니까, 형도 모를 거다. 하지만 “로켓 달고 날아가는 거” 하면 “아 그거” 할지도 모른다. 이름은 잊어도, 그 속도감은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.

스파크스터, 지금 다시 할 수 있는 방법

2024년에 출시된 ‘Rocket Knight Adventures: Re-Sparked’ 컬렉션을 통해 닌텐도 스위치, PS4/PS5, 스팀(PC)에서 시리즈 세 작품을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. 메가드라이브 원작 ‘로켓 나이트 어드벤처스’, 메가드라이브 2편 ‘스파크스터: 로켓나이트 어드벤처스 2’, 그리고 슈퍼패미컴판 ‘스파크스터’까지 한 패키지에 수록되어 있다. 되감기 기능과 갤러리 모드도 포함되어 있어, 어릴 때 클리어하지 못했던 분들도 이번에는 끝까지 갈 수 있다. 어릴 때 이름도 모르고 했던 그 게임의 정체를 시리즈 전체를 통해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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